2004/06/25 20:42

외할아버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시 집안에 사정이 생겨 외가댁에 가서 산 적이 있었다. 그 곳에, 나의 성격과 가장 안맞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할아버지셨다.

 항상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뭐라고 하시고, 혼만 내시고 그러셨다. 반면에 내 동생은 얼마나 귀여워하시던지. 흔히 말하는 편애(偏愛)를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몇 달간 어머니를 떠나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할아버지는 나를 더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엄마한테 전화만 하려고 해도 할아버지는 "내 허락없이 전화도 쓰지 마!!"라고 하시고, 심지어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와서 전화를 쓰겠다고 하는데도, "왜 허락없이 전화를 쓰게 하냐"고 뭐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선 난 할아버지 곁을 떠났다.

 어머니가 새로운 곳에서 정착을 하셨기 때문에 떠나야 했던 것이다. 내 동생은 참 안타까웠을 수도(?) 있겠지만, 난 좋았다. 할아버지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멀리 있으니까 미운 감정도 사라진다고 했던가. 그 말이 맞나보다. 멀리 떨어지면 아무래도 좋은 감정이라던지 싫은 감정이라던지 무뎌지는가 보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농약을 잘 못다뤄서 아프시다가 치매가 왔다. 1급 정신 지체 장애인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무뎠던지 아무 감정이 없었다……. 단지 내가 여물주고 밥주고 했던 소들을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키우지를 못하니까)때문에 팔아야 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얼마나 정신적 고통을 할아버지에게 받았으면 그랬을까.

 그로부터 근 6년이 지났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할아버지로 많은 금전적 배상을 받고 있고, 할아버지는 시도때도 없이 밥달라는것만 빼면 거의 정상인과 같다. 심지어 욕하는 것 마저 다 알고 있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소동이 일어났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악화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곧 낫겠지.'하면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삼촌들과 엄마가 분주했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난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이것이 미운정이라고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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