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08 18:07

과거의 거사













난, 그것을 조금 이르게 경험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직 고통조차도 받지 않은 사람도 있고,
고통이 뭐냐. 고통조차도 없이 훌륭히 치뤄낸 사람도 있다.



바로 사랑니.



중3 겨울방학때부터 욱신대기 시작하더니 고1때는 조금만 있어도 통증을 호소하기 일쑤였다. 혹시나 해서 고1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역시나 사랑니 때문이었다. 내 느낌의 적중!-_-;;


그럼 뭐하나. 사랑니가 정상적인 방향으로 솟아오른 게 아니고 옆으로 뉘여서 났다는데……. 내가 해결할 방법은 다음 겨울방학때 와서 빼는 것밖에 없었다. 뭐,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내가 간 병원에서 그렇게 말해오니까……. 그래서 빼게 된 사랑니이다.












...

사랑니를 빼기 전에 마취를 했습니다.


덕분에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왼쪽 뺨이 누구에게 쎄게 얻어맞은 듯, 얼얼합니다.

목도 아플 뿐더러, 약간 있는 가래는 피까지 온통 입으로 꿀꺽 해야하는 상황에서,

제가 뭘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입술 반쪽은 아무 감촉이 없고 반쪽은 지 잘났다며 잘도 중얼대면서, 어떻게 '아'란 발음을 하고, '어'란 발음을 할 수 있겠습니까?

둘이 따로 논다는 심정을 알겠더군요.

...........아, 이 마취가 풀리는 순간, 전 아주 일그러지며 세상을 죽을 듯 살 듯 합니다.

.....학교 안가길 잘했습니다. 계속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









2병이나 되는 마취주사를 제 잇몸에 투여한 후, 의사아저씨는 저에게 어떤 이상한 핀셋같은 것으로 이를 뒤적거립니다.

저는 차마 그 장면을 눈뜨고 보기 힘들어서 도망다니면서 눈을 질끈 감습니다. 그나마 빳빳하게 서 있던 다리도, 풀렸는지, 겁을 먹었는지 한껏 풀어집니다. 그리고 달달달-떨기 시작합니다. 뭔가에 쫓기는 것 처럼 말입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입니다.
뒤적뒤적- '탁탁'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무섭습니다.
무섭다는 소리밖에 하지 못합니다. 나중엔 또 어떤 물건을 가지고 제 잇몸에 손을 댑니다. 뭐 하는 진 알 수 없습니다. 마취를 했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랑니를 뺄 때, 잇몸을 찢은 관계로 꿰맸다고 합니다.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야죠. (..)

슬쩍 하다가도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습니다.

제 주변엔 두 명이나 되는 의사선생님께서 계셨거든요.
하필이면 사랑니가 왜 그렇게 난 거야!!!!!!

한놈도 아니고 두놈씩이나!!!!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리는 계속 떨고 있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 제 등뒤를 싹 훑고 지나간 것 같아서.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길 30분. 드디어 거사가 끝났습니다.
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4년 1월 6일, 오후 12시 36분 41초.







오늘 수업을 끝내고 3시 15분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2단계, 소독입니다.

이상한 주사를 제 입속에 삑~ 하고 넣습니다.
주사 모양도 이상합니다. 구불구불하니, 스탠드 머리처럼 생겼습니다.

잠시 절규를 했죠. 역시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간호사 언니 왈, "이건 별로 안 아픈거란다."

그 전에도 양치라는 명목으로 열심히 우구구-헹궈내긴 했었지만;

역시 역시, 똑같습니다.
주사바늘이 다가오니 말입니다.


지레 겁을 먹고 주사를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그러니 이게 왠걸? 생각보다 어이없게 끝났습니다.
전 잇몸을 향해 마취주사를 또 놓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마취주사가 아니라, 그냥 소독용 과산화수소수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죠. 그냥 입 안에 '찍-.'하고 부운 셈이 되었으니.

"양치!" 간호사언니 말씀에 전 따르지 않으면 죽습니다.ㅡㅡ

그래서 양치를 했습니다.
그래봤자 가그린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을 넣은 채 우구구-헹구어 내는 거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슬쩍 물에 섞어 움직여 봅니다.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잠시 있다 뱉어 봅니다.



정적을 깨고-. 간호사 언니가 무언가 듭니다.

안경을 벗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무슨 솜 같습니다.
어떤 퀘퀘한 약물같기도 하구요.

제가 양치를 하고 휴지로 입가를 닦자, 바로 잇몸에 바르기 시작합니다.
아팠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쓰라립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습니다.

"넌 잇몸을 찢었기 때문에 약을 꼬박꼬박 먹어야 해."
라는 간호사언니의 말 때문이었죠.

이 간단한 작업에 드는 비용이 자그만치 3천 5백원이라니,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3천 5백원, 그 이상의 작업이었지요.


앞으로 빨강, 노랑, 파랑의 색깔인 약을 잘 먹어야 겠습니다.
염증을 없애는 약이라고 하던데, 그걸 제때 섭취하지 않으면 입원까지 하게 될 수도 있다더군요.

앞으로는 잘 다녀야 겠습니다.

치과에.

1주일 후에 실밥을 푸는 날이 오겠군요. 흑ㅠ_ㅠ




실밥을 푸는 날-

가은이와 김밥천국에서 만나서, 먼저 아침겸 점심을 치즈떡볶이와, 김밥 한 줄로 때운 뒤, 병원에 갔다.

역시, 무서울 줄 알고, 무지 겁을 먹었다.

간호사 언니의 제일 긴장되게 하는 말은, "안경 벗어"다.

뭐라 답변을 할 수 없을정도의 위압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여하튼, 작업은 빨리 끝났다. 가은이의 증언에 따르면, 핀셋같은 것이 내 잇몸을 침범해서, 실같은 것을 슬쩍 빼왔다고 한다.

.......뭐, 다행이지.

일단 일은 일단락되었다.

다른 이를 빼기 위해서, 다다음주 월요일에 또 가야 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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