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3 01:25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1992)-무라카미 하루키



 혜봉이가 책을 빌리길래, 빨간색 표지가 맘에 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동정->연민->부러움->회상.

 봉봉들과 책에 대한 토론을 하다 보니 자연히 무라카미씨의 책들에 손을 대게 된다. 이번에도 그냥 무심코(?) 이런 생각으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서두의 내용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나'는 외동이란 편견을 갖고 살았던 지극히 평범하고 응석맞은 남자아이었다. 그런데 시마모토라는 같은 외동이란 배경을 지닌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고 위안을 받는다.

 하지메의 그 행동이 난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그런 상상을 했었고, 그런 생각들을 언젠가 한번, 그 이상쯤은 했으니까. 12살이라는 나이때 말이다.

 그리고 두 명의 여자를 거치면서 결혼을 하게 되고, 어느정도 성공한 뒤, 25년 뒤의 시마모토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 많이 변해 있었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이 서로를 원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듯 하다.

 하지메는 시마모토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시마모토는 결국 하지메를 떠나버린다. 상실이란 아픔을 느끼면서 다시 원상태로 복귀한다. 하지메는.


 시마모토는 소리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정말 시마모토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리를 절고 있고, 혼자서의 벽이 크고…….

 하지메는 결국 현실에 순응해버리는 남자인 듯 하다. 무언가를 찾고 있다가도 결국 시마모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고 했지만, 떠나간 시마모토의 본심을 깨닫고 현실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을 위해 다시 살아가고 있으니까.


 기억이 없는 듯 할때의 감상을 써내려간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바닥난 두뇌의 구석구석을 긁어서 난 '하지메'와 '시마모토', '유키코'의 흔적을 찾는다. 처음에 줄줄줄 써내려가던 것과는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이 상상의 나래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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